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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활정보글

좋은 시 모음

by GN5 2021. 11. 4.

내가 여러번 보고 모아왔던 좋은 시 모음


산초나무에게서 듣는 음악 - 박정대

상처는 또한 얼마나 장렬한 소통인가
네가 너를 지키기 위해 가시를 키우는 동안에도 나는
오로지​ 너에게 아프게 찔리기 위해,
오로지 상처받기 위해서만 너를 사랑했으니


​​인생에서 가장 슬픈 세가지 - 루이스

할 수 있었는데
했어야 했는데
해야만 했는데


너에게 띄우는 글 중 - 이해인

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
인간은 싫지만 너만은 좋다.
내가 새라면 너에게 하늘을 주고
내가 꽃이라면 너에게 향기를 주겠지만
나는 인간이기에 너에게 사랑을 준다.


​눈물이 그치는 타이밍 중 - 이애경

사랑을 쓰려면
시간이 걸리더라도 정자체로 꼼꼼하게 써주길
잘못 읽거나 못 알아보는 일이 없도록
너의 필체를 내가 정확히 기억할 수 있도록


너에게 - 김현태

왜 그대인지
왜 그대여야만 하는지
이 세상 사람들이 허락하지 않는다 해도
그대여야만 하는 이유가 내겐 있습니다.
한 순간, 한 호흡 사이에도
언제나 그대가 잇기 때문입니다.
허공의 옆구리에 걸린 잎사귀 하나가
수백번 몸 뒤척이는 그 순간에도
아침 햇살의 이른 방문에
부산을 떨며 떠나는 하루살이의 뒷모습에도
저미는 내 가슴을 뚫고 자라나는
선인장의 가시 끝자락에도
그대가 오도카니 자리잡고 있기 때문입니다.
거대한 운명 같은 그대여
죽어서도 다시 살아도 지울 수 없는 사람아
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.


내가 할 수 없는 한가지 - 이정하

세상엔 내가 할 수 없는 일이 많이 있습니다만
그 중에 한 가지만을 꼽으라면,
그건 바로 당신을 사랑하지 않는 일입니다.
그대는 나보고 사랑하지 말라 하시지만
그럴수록 나는 그대에게
더 목매단다는 것을
물은 물고기가 없어도
아무렇지 않게 흘러갈 수 있지만
물고기는 한시도 살아갈 수 없음을
당신은 대수롭지 않겠지만
나는 그럴 수 없는 그 차이가
내 슬픔의 시작인 것을

그러니 그대는 그저 모른 척 해 주십시오.
이 세상에 발 붙이고 있는 한
나는 당신을 사랑할 수 밖에 없습니다.
그대를 사랑하는 일이 내겐
곧 숨쉬며 살아가는 일이기에.


생각이 나서 중 - 황경신

​나도 그래요.

그냥 가버리는 건 쉬워요.
항상 그래왔으니까.
정말 어려운 건 머무는 것이죠.
뜨거워지거나 차가워지면 안되니까.
가끔은 희망이 나를 놓아주었으면 해요.
놓아주지 않을 거면 차라리 잡아먹든지


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니까 - 황경신

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니까.
애쓰지 않아도 겨울은 잊혀지니까.
흘러가는 그 마음 잡지 않았어.


비 내리는 오후 세시 - 박제영

그리움이란
마음 한 켠이 새고 있다는 것이니
빗 속에 누군가 그립다면
마음 한 둑이 무너지고 있다는 것이니
비가 내린다. 그대 부디 조심하기를.
심하게 젖으면, 젖어들면, 허물어지는 법이니
비 내리는 오후 세시
마침내 무너진 당신, 경인되고 있는 당신
한 때는 '나'이기도 했던 당신
떠나보낸 줄 알았는데
비가 내리는 오후 세시
나를 견인하고 있는 당신


모든 소망을 열람하였으나
꿈은 여태 싱싱한 상처를 낸다.
나는 회전목마를 탄 아이처럼 자꾸 뒤를 돌아본다.
너와 함께 행복해지는 법은 알지 못하나
너 없이 삶을 버티는 법도 배우지 못 하였으니
순간은 파도로 몰아치고,
봄은 꽃으로 뚝뚝 떨어진다.
언젠가 네 가까운 자리에 놓고 온 심장
자꾸만 뒤척이고 꿈틀거리는 데
오월을 나는 어찌 견디나
사랑, 너를 어찌 견디나  

- 황경신 페이퍼 중


달리다 - 황경신

너를 만난 이후로
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.

너를 향해 달려가거나
너를 스쳐 지나가기 위해 달려가거나
너로부터 도망가기 위해 달려간다.


첫사랑 - 이윤학

그대가 꺾어준 꽃
시들 때까지 들여다 보았네.
그대가 남기고 간 시든 꽃
다시 필 때까지.


흔들리며 피는 꽃 - 도종환

흔들리지 않고 피는 꽃이 어디 있으랴.
이 세상 그 어떤 아름다운 꽃들도
다 흔들리면서 피었나니
흔들리면서 줄기를 곧게 세웠나니
흔들리지 않고 가는 사랑이 어디 있으랴.
젖지 않고 피는 꽃이 어디 있으랴
이 세상 그 어떤 빛나는 꽃들도
다 젖으며 피었나니
바람과 비에 젖으며 꽃잎 따뜻하게 피웠나니
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.


귀천 - 천상병

나 하늘로 돌아가리라
새벽빛 와 닿으면 스러지는
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

나 하늘로 돌아가리라
노을 빛 함께 단 둘이서
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

나 하늘로 돌아가리라
아름다운 이 세상 소풍 끝나는 날
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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